피곤한 듯 하지만 아침이 좋다.
요즘 날씨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오늘은 더욱 그런 날이다.
살짝 찬 바람의 아침 분위기,
그 선선함이 좋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걷고 싶고 또 어느새 정처 없이 걷고 있다.
걸으면서 마시는 것은 불편하지만 시원한 아침공기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참 잘 어울린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던 내가
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시게 된 건 우간다 파견 시절부터가 아닌가 싶다.
우간다 동부지역 음발레 라는 지역에서 살면서
커피 한 잔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이 좋았다.
살던 동네 커피 조합에서 가끔은 투닥거리는 가격협상 끝에 생두를 사 오고,
약 30여분 간 약한 불로 프라이팬 위에서 굴려주며 생두를 로스팅하고,
수동 그라인더로 로스팅한 콩을 갈고,
머그컵을 따뜻한 물로 살짝 데우고
나름 인터넷을 뒤적이며 주워모은 정보를 가지고 커피 거름종이 위에 부푼 빵 모양을 만들어가면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린다.
자리에 앉아, 한 모금의 커피를 마시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곤 했지만
어떤 놀이보다 즐거웠다. 함께하는 사람과 거친 그 과정이 즐거웠다.
그리고, 손에 한잔의 커피가 들려있었을 때의 장면들이 좋았다.
함께 둘러앉은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
각자의 삶에서 묻어나는 애환과 웃음
집안 가득 펴져있는 진한 커피 향
한국에 돌아온 지금, 선선한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숨을 틔워준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한다.
때로는 버거운 문서작업을 할 수 있는 활력을 주기도 한다.
가끔은 맛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은 쓴 물을 왜 마시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커피가 나에게 주는 따뜻함을 추억하며 마시게 된다.
글을 적다 보니,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튄다.
커피 같은 사람.
함께 하게 되는 과정이 즐겁고, 함께 있을 때 행복한 장면들을 만들어줄 수 있으며
가끔은 힘든 순간에도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혹은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서로의 마음을 틔워주면서.
뭐래니..
커피 한잔 마시고,
일하자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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