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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고요함

by 창조의섭리 2021. 9. 25.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기가 있다.
이해하기 힘든 압박감과 부담감으로 인해서 밤잠을 설쳤던 시기였다.

언제 잠을 청하든지 심장의 두근거림과 함께 새벽 어느 시점엔 눈이 떠지고, 잠을 깊게 이루지 못한 채 뒤척이다가 아침을 맞이하던 시기였다. 그 시기가 길어지니 체력적으로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기도 했었다.

그 시기에는 처리하는 일보다 쌓이는 일의 양이 항상 더 많았기에 쌓여있는 일들을 다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은 머릿속으로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잊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서 떠오르는 생각이 꼬리를 무는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들이 끊이지 않았고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에 대한 물음들을 멈출 수가 없었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이라고, 긍정적으로 모든 것을 자연스레 헤쳐나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스스로에 대해서 자신했던 것들이 오판이었음을 발견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 조급함과 성급함이 내 삶을 짓눌렀던 것 같다.

그래도 잘 이겨내고 싶었다.

나만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했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잠을 잘 청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찾아보았고, 시도해 봤었다.

우유를 조금 데워서 마셔보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에서 빗 소리, 파도 소리를 찾아서 들어보기 했으며, 이도 저도 안되고 도저히 힘든 날엔 우황청심환 같은 것을 조금 잘라서 한입 베어 물어보기도 했었다.

마지막 방법이 제일 효과가 좋았던 것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마냥 편하게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한 날 새벽, 역시나 기분 좋지 않은 심장의 두근거림과 함께 눈이 떠졌고, 떨쳐버리기 어려웠던 내 머릿속의 끊임없는 생각 릴레이가 어김없이 시작됐었다.

그냥 일어났다.
거실에서 컴퓨터를 켜고 해야 할 뭐라도 조금 했다.

쌓여있는 일들을 초인적인 힘으로 처리했던 것도 아니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아니었으나 의외로 마음이 조금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그냥 새벽의 고요함이 좋았다. 두근거림이 잦아들고 이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새벽의 고요함과 나란 사람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마음을 평안하게 해 줬던 것 같다.

그때 이후로 고요함을 더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외향적인 성향으로 인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항상 좋아라 했었는데
나이 탓인지, 상황 탓인지 모르겠으나 고요함이 주는 느낌이 좋다.

동네 한 바퀴 돌기, 산책, 등산 등 그러고 보면 근래에 좋아라 하는 것들은 운동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나만의 고요함을 찾는 방식인 것 같다.

요즘도 내 삶에 여러 변화가 이미 일어나고 있고, 곧 다가올 변화들도 있다.
가정에서도 그렇고, 직장에서도 그렇고, 학업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렇지도 않냐고? 물론 그럴 리 없다.
변화는 언제나 긴장감을 수반하고, 압박감도 준다.

이 시기의 변화도 나에게 '적절한' 스트레스로 다가오길 바래본다.

고마웠던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시간은 흘러가겠지.

다시 생각이 많아지는 밤.
고요함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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