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축배를 들어야 할 듯싶다.
이번 학기 페이퍼를 완성했다.
아니, 완성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겠고, 시간 내에 제출했다 정도로 하자.
부끄러워서 다시 읽어보고 싶지도 않은 수준이다.
상관없다. 고생했다. 수고 많았다. 지나갔다.
내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준다. 토닥토닥. 잘했다.
대학시절 '공부'하고 '수업'을 들을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일을 하면서 '일 머리'를 배우고, 차근차근 성장해 가는 여정의 기쁨이 있다면
수업 듣고, 공부하는 배움은 전혀 다른 역량을 자극하는 느낌이다.
교수님께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그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가고 아깝다.
맡아서 강의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이 가득한 분들하고
언제 또 가까이에서 이야기해보고 (수업료를 냈으니) 멍청한 질문들도 당당하게 던져볼 수 있을까.
일하면서 자극받지 못했던 뇌의 한 부분이 자극받는 느낌이고,
듣는 모든 이론들이 머릿속에 들어있는 채로 일을 하면 왠지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 일을 해보면 이 기분은 허상이라는 것도 이내 마주하겠지만.
물론 지적 욕구가 충족되었냐고? 그건 물음표다.
그냥 물음표 정도가 아니라 거의 Fail을 주고 싶을 정도다.
첫 학기는 학생 신분의 기분만 내본 것 같다.
이번 학기에 수강했던 과목들을 흘려보낸 것만 같아서 아쉬움이 크다.
특히나 질적연구방법론 수업을 들었었는데, 아쉽고도 아쉽다.
교수님도 매우 열정적인 분이셨고, 친절하셨으며
매주 진행되는 강의를 다 소화해내서 그 방법론 그대로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으나
읽어가야 하는 필수 논문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고
수업 시간에 시간이 어서 흘러가길 바라는 두 마음 사이에서의 모순이란. 부끄러웠다.
시간의 여력과, 내 마음의 열정이 살아있다면 조금씩 강의 때 들었던 생각들, 읽었던 논문들도 정리해 봐야겠다.
자주 글을 적다 보니 좋은 점이 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무진장 늘어난다. 좋은 거 맞나?
제한된 시간 내에서 하나씩 하는 척이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그래도 즐거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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